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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보

자동차 주행 중 방전된 썰

by 리더라이터 2023. 7. 4.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 일인지. 누군가는 별 일 아닐 수 있으나 나에게는 뭔가 평생 강력하게 기억에 남을 듯한 에피소드라서, 누군가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적어 본다.

 

 바야흐로 2023년 07월 01일. 덥고 습한 날씨에 부산 롯데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길. 어떤 순서로 쇼핑을 할지 콧노래를 부르고, 차에서 나오는 노래도 따라 부르는데 갑작스러운 알림음. 삐비비빅- 삐비비빅- 낯선 알림음은 엄밀히 말하면 차량 자체에서 나는 알림이 아니라 HUD에서 나는 알림이었다. 보통 120km/h 초과하면 나오는 알림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서행인데 왜 나는거지? 하는 순간에 갑자기 에어컨이 꺼지고, 차에서 나오는 노래도 꺼지고...? 상황 파악이 안되는 찰나에 차량 개폐 장치가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열렸다 닫혔다는 반복하는데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들이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ABS 알람이 켜지고 꺼지고를 반복하다가 EPS 알람까지 뜨는 순간 엇... 이거 심각하다.

 

 내가 더 공포스러웠던건 시동도 다시 안걸리고 배터리 방전됐을때처럼 힘없이 티디디디딕- 하고 마는 상황에, 자동차 핸들도 잠겨서 안돌아가고 브레이크도 딱딱하게 굳고 창문도 안내려지고 통제가 안되는 상황과 우리는 이미 롯데백화점 지하주차장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알다시피 주차장을 내려가는 길은 빙글 빙글 둘러서 내려가게 되어 있다. 핸들이 안 돌아가는데 빙글빙글 길이라니...

 

 안내원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싶어도 경적도 안울려지고, 창문도 안내려지는 이 상황에 내리막에 브레이크는 잘 안밟히고 겨우 사이드 브레이크를 힘껏 당겨서 멈추긴 했다. 전자식 사이드브레이크였다면 상황이 어땠을까. 일단 차가 정상이 아닌상황에 N 중립으로 기어를 바꾸고 안내원이 뒤에서 차를 밀어줘서 안전하게 일단 주차장으로 이동함. 솔직히 자동차 원리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나였기에 차가 미쳐 날뛰다가 폭발할까봐 얼른 차 밖으로 나와서 보험 부르기.

 

 다행히 내가 든 보험 특약에는 긴급출동특약이 60km로 되어 있었다. 나의 목적지까지는 45km 정도의 거리였기 때문에 무상으로 견인에 성공. 저 특약은 언제쓰나싶었지만 10년만에 쓸 일이 생기네. 10년에 한 번 쓰더라도 이 특약이 있어서 그 당황한 순간 속에서 조금의 위안이 되었지 않나 싶다. 다음 보험 갱신 때도 반드시 저 특약은 선택하리라.

 

 

 

 정비소에서 배터리 점프를 시켜보니 시동은 걸렸고, 테스터기로 확인해보니 발전기가 배터리에 충전을 시켜주지 못하고 전압이 뚝뚝 떨어지는걸 확인했다. 결론은 발전기가 나갔고 교체를 해야 한다.

 233,000km 정도에 발생한 일. 보름 뒤면 새 차를 바꿨을텐데 이 시점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잘 대처하라는 하늘의 뜻이기를. 그런데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고 좋게 생각하면 경험치 +1

 

 전자식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나로서는 이번 일이 또 한 번 전자식에 대한 불안감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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