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것을 먹은 것도 아니고 딱히 무언가를 먹지도 않았는데 저녁때부터 갑자기 우측 아래 어금니 쪽이 욱신거리며 아프기 시작했다. 잇몸에 염증이 있나 싶어 양치를 하고 자세히 보아도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고 손으로 잇몸을 꾹꾹 눌러도 아프지 않아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고 그렇게 다음 날 아침에 돼서는 안 아파서 역시 잠이 최고라며 지나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또 같은 부위에 비슷한 통증. 지난 번의 경험이 있어서 자고 나면 낫겠지 했지만 다음 날 아침에도 아팠고, 그다음 날에도 아팠다. 왠지 우측 아래에 매복 어금니가 드디어 통증을 일으키나 싶어서 사랑니를 빼러 치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다시 촬영하니 역시나 매복된 어금니가 드러누워서 옆의 어금니를 누르고 있었는데 치과에서는 사랑니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잇몸 염증 때문이니 약을 처방해 준다고 했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약을 처방한대로 받아서 먹는데 계속 아팠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3일 동안 처방해 준 약을 먹었지만 통증은 심해지고 입을 벌리고 있어도 아프고, 어금니가 조금만 눌려져도 너무 아팠다.
나는 어금니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치과를 갔고, 약도 소용이 없는데 어금니를 빼주면 안되냐했더니 어금니는 전혀 문제가 없고 어금니의 뿌리 아래쪽의 염증 때문에 아픈 것이니 더 강한 약을 주겠노라며 다시 약을 처방해 줬다. 더 강한 약이라고 하니 믿고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는 없고 정말 치통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체감했다. 이 지경이 되니 정말 그냥 이를 뽑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뿐. 하필 주말까지 끼여서 바로 병원은 가지 못했고 월요일 아침이 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다가 월요일 아침에 당장 치과를 향했다. 당장 발치를 하자고 한다. 어금니를 뽑는다는 게 좀 고민스러울 만도 했지만 아니 그냥 당장 뽑아서 고통이 해결된다면 그냥 지금 당장 뽑아달라는 마음뿐. 염증이 있으면 마취가 잘 안 된다는 말에 또 한 번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마취도 잘 되고, 문제가 된 어금니를 뽑으면서 매복된 사랑니까지 같이 뽑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랑니만 먼저 뽑아보면 안 되는지를 물어봤으나 이 어금니가 문제이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일시적으로는 괜찮을지는 몰라도 언제 어떻게 문제를 부릴지 모른다는 말에 그냥 바로 2개를 동시에 뽑았다.
앓던 이가 빠진다는 말일 체감했다. 당장 마취를 해서 일주일 동안의 치통이 없어서 너무 좋았고, 더군다나 어금니를 앙 다물어도 전혀 아프지가 않아서 너무 행복했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였다. 어금니와 사랑니를 2개 뽑았으니 구멍이 얼마나 크겠는가. 솜을 앙 다물고 2시간 있다가 지혈이 되었겠지 싶어 솜을 뺐는데, 마취가 풀리는 시간이기도 했고 솜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심지어 지혈도 안돼서 다시 새로운 솜을 접어서 앙 다무는데 그 고통이 진짜 어마무시했다. 오히려 축축한 솜이 부드럽게 안 아팠는데 바싹 마른 뻣뻣한 솜이 발치한 잇몸을 누르니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얼음찜질과 지혈을 하면서 풀린 마취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앓던 이를 가지고 있을 때 보다는 훨씬 나았다. 어쨌든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3개월 정도 지나서 임플란트 상담을 받기로 했다. 아직 부모님도 안 한 임플란트를 한다는 게 스스로는 현타가 왔지만 생각보다 친구들도 이미 임플란트를 많이들 해서 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3개월 뒤 다시 치과를 방문해서 임플란트를 한 후기를 적어봐야겠다
아래는 치과에서 받은 안내문 내용. 또 이를 뽑을 수 있으니 적어두어야지
발치한 후 주의사항
1. 거즈를 헐거워지지 않게 꽉 물고 침과 피는 삼키며 1~2시간 후 제거 하십시오
2. 지혈 후 거즈를 제거한 뒤 처방된 약을 드십시오
(약물과 민증이 있는 분은 미리 말씀해주십시오)
3. 지혈된 후에도 뽑은 자리에 혀를 대거나 빠는 동작으로 상처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4. 식사는 마취가 풀리고 나서 뜨겁지 않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뽑은 반대편으로 드십시오
5. 칫솔질은 발치 한 상처부위만 피해서 평소처럼 하시면 됩니다
6. 더운 목욕은 삼가며 3~4일간은 가벼운 샤워 정도만 하십시오
7. 흡연과 음주는 피를 나오게 하며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일주일간 삼가하십시오
다음의 경우 처치법
1. 피가 계속 날 때
만약 계속 피가 멈추지 않으면 거즈로 뽑은 자리에 눌러 넣어 1~2시간 꽉 물고 계십시오. 그래도 지혈이 되지 않으면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
2. 뽑은 곳이 붓지는 않지만 냄새가 나고 계속 아픈 경우
2~3일이 지난 후에도 좋아지지 않으면 치조골염이 생긴 경우이며 진통제와 항생제로는 증상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내원하셔서 염증치료를 받으셔야 증상이 없어집니다
3. 뽑은 곳을 중심으로 부은 경우
사탕을 물고 있는 것처럼 얼굴이 붓는 경우가 있습니다. 1주일 ~10일 후에는 괜찮아지며, 더운 찜질을 하면 조금 빨리 풀립니다
매복된 사랑니를 수술하여 뽑은 경우
1. 수술 후 즉시 얼음찜질을 하여야 얼굴이 작게 붓게 됩니다
수술 후 12시간 동안 발치 한 부위 뺨에 얼음 팩을 이용해 20~30분 간격으로 얼음찜질 합니다. 아이스크림 등을 입안에 넣고 20~30분 간격으로 계속 차갑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발치 다음날 얼굴이 붓고, 입이 잘 안 벌어지거나 혹은 침을 삼키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3. 고열이 나고 오한이 계속되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화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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